23년만에 외환법 개정 착수
이번 한국 정부에서 23년 만에 외국환거래법의 전면 개편에 나서면서 한국의 독자적 금융제재도 가능해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최근 경제 안보 중요성이 커지는 추세에 발맞춰 외국환거래법에 있는 제재 관련 규정도 정부의 검토 대상에 올른 것인데요? 정부는 자본거래 신고 의무 완화, 업권별 외국환 업무 범위 조정, 신종 결제 수단등에 대한 외국환 규정 개정 등을 전면 검토하고 있습니다.
외환법 전면 개정은 지난 1999년 외국환관리법이 폐지되고 외국환거래법이 시행된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기획재정부는 내일 외국환거래법 전면 개편의 필요성과 개편 방향을 논의하는 ‘신 외환법 제정방향 세미나’를 개최예정인데요? 4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에서 신외환법 제정 착수에 나서면서 금융제재와 관련한 외국환거래법 규정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외국환거래법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체결한 조약이나 국제 법규를 이행하기 위해서 또는 국제 평화 및 안전을 유지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에 기여하는 데 필요한 경우 외국환 거래를 제한할 수 있다고 명시 되어있기도 합니다.
외환법이 왜 조정되냐구요?
해외에 공장을 둔 중소기업들은 현지에서 신규 투자할 일이 있을 때마다 골치를 앓고 있습니다. 왜냐구요? 먼저 투자 한 번 하는 데 내야 할 서류가 산더미처럼 많기 때문입니다. 투자 결정을 내린 뒤에 현지에 투자금을 송금하기 전 외국환은행에 사전 신고를 해야 합니다.
송금 직후엔 송금 보고를 해야하고 투자 후 6개월 내엔 증권취득 보고를 해야 하며, 이후 매년 5월마다 사업실적 보고를 해야 하고, 청산 전까진 사후관리보고서 제출이 의무입니다. 투자 후 1년간 해야 하는 보고만 총 다섯 가지입니다. 여기서 끝일까요?
투자 여건이 바뀌어 당초 사전 신고 때 밝힌 금액보다 투자액이 줄어들 경우 '변경 보고'를 해야 하며 반대로 투자액을 늘리는 경우엔 '사전 신고'를 또 다시 해야 합니다. 투자금 마련에 쓴 대출금리가 바뀔 땐 '변경 신고'를 해야 합니다. 이것은 비단 중소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담 인력이 있는 대기업도 외환 신고가 복잡해 힘들다고 토로합니다. 그런데 중소기업은 말할 것도 없이 절차가 복잡하고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외환거래 관련 규제가 구시대적이란 지적은 기업들 사이에서 누누히 나오고 있었습니다. 현재 워낙 규정이 복잡하다 보니 외국환거래법엔 '범법자 양산법'이란 오명이 붙었을 정도인데,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5~2020년 전체 자본거래 위반 적발 건수(6021건) 중 56.4%인 3,395건이 해외 직접투자 관련 외국환거래법 위반이었습니다.
여러 신고 중 일부를 누락했거나 보고 시점을 놓친 경우가 많았고 이것은 비단 기업들의 문제 만이 아닙니다. 예를들어 국내 거주자가 미국 유학 중인 자녀에게 해외여행 경비 명목으로 7개월간 세 차례 달러화를 송금했는데 이후 남은 유학 경비와 현지 은행에서의 대출을 더해 본인 명의로 100만달러짜리 주택을 현지 체류 목적으로 구입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외국환은행에 신고를 누락하면 어떻게 될까요? 외국환거래법 위반으로 200만원의 과태료와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습니다.
위와 같은 사례가 많아지는 것은 순전히 외국환거래법이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23년간 17번의 법 개정과 35번의 시행령및 규정 개정을하면서 문제가 될 때마다. '예외의 예외의 예외'까지 덕지덕지 붙으면서 관련 법규를 제대로 알기도 어려울 정도의 '누더기 법률'이라는 인식이 많아졌습니다. 특히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이 연이어 쏟아지자. 정부에서 23년 만에 외국환거래법을 전면 개편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입니다.
한국 외환 거래 법률의 시작과 문제점
한국에서 외환 거래를 규율하는 법은 1961년 제정된 외국환관리법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외국환관리법의 핵심 내용은 ‘허가제’인데요? 개발도상국 시절 정부가 외환거래를 원칙적으로 통제하고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서만 허용했습니다. 이후 외환위기 때 국제통화기금(IMF)의 외환거래 자유화 요구를 반영해 정부는 1999년 외국환관리법을 대체할 외국환거래법을 제정하였고 이런 외환거래를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예외적인 경우에만 규제하는 ‘신고제’가 외국환거래법의 핵심사안 입니다.
하지만 그간 한국의 외환거래 제도는 '무늬만 신고제'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상기에 설명드렸듯이 무슨 이슈가 생길 때마다 수십 번의 개정을 거치며 거래금액, 유형별로 수백 개의 세부 조항이 생겨났습니다. 잠깐 몇가지만 소개해볼까요? 외화차입의 경우 영리법인이 1년간 누적 3000만달러 넘게 차입하면 기획재정부에 신고해야한다. 그러나 3000만달러 이하는 외국환은행에 신고해야 한다. (왜 금액의 차이로 신고 기관이 바뀌어야 하는 겁니까?)
개인이나 비영리법인은 한국은행에 신고해야 한다. 기업이 해외투자를 할 때도 신고 기관이 제각각인데 금융, 보험업체는 금융위원회에 신고 하여야하며, 기타 금융기관은 금융감독원에 신고하고 일반 비금융 기업은 외국환은행에 신고해야 합니다. 여기까지만 설명해도 더럽게 복잡해서 머리가 꼬여가는 듯 합니다.
어찌되었든 최근 러시아산 원유 가격상한제 등 대 러시아 제재 논의가 맞물리면서 관련 규정의 개정 여부도 관심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요즘 루블화 이슈는 다들 잘 알고계시죠?
한국 독자적 금융제재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번 한국 정부에서 23년 만에 외국환거래법의 전면 개편에 나서면서 의미하는 점은 간소화되는 행정업무도 될 것이지만, 이제껏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 등 국제적인 제재 움직임이 있을 때마다. 이에 따른 금융제재를 할 수는 있으나, 우리 정부의 독자적인 목적과 판단으로 제재를 하는 데는 법적인 근거는 한 없이 부족했습니다.
대량살상무기 확산과 관련한 개인 또는 단체의 금융거래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한 '테러자금금지법' 또한 거래 제한이 가능한 경우로 외국환거래법과 같은 조건을 명시하여 정부가 독자적인 제재를 하는 데에 근거가 충분치 않다고 보고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경제 안보의 중요성이 점점 커짐에 따라 필요할 경우 독자적으로 금융 제재 대상을 지정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의 신설이나 개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 바로 '독자적 금융제재의 개편'을 꾀하려고 하는 것이죠.
이것은 한마디로 정부의 독자적인 금융 제재가 안보를 위해서 또 다른 외교 수단을 갖는다는 의미입니다. 현재 글로벌 국제 질서의 기반이 굉장히 안보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과 중국 간 갈등, 코로나19의 확산에 따른 공급망 불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흔들리는 경제와 전쟁 등의 상황에서 경제 안보는 지구상 주요국의 정책에 최우선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뭐가 바뀔건데?
현재는 신외환법 논의 초기 단계로 정부는 여러 방안을 놓고 검토한다는 입장에 있습니다. 사실 관련 보도들이 떠들떠들 하고 있는데 사실은 시기상조인 셈입니다. 하지만 이런 돈에 관련된 정책 이슈들은 잊을만하면 다시 대두되기 때문에 간단하게(?)라도 어떻게 굴러가는지 자세히 보심이 좋습니다. 아까도 말씀 드렸지만, 비단 기업만의 문제도 아니고 예를들어 이번에 임대차 3법 중 '주택 임대차 신고제' 두번 계도 기간 연장한 것 포스팅 해드렸죠? 이렇게 모르면 어떤식으로 뒤통수 칠지 모르는 일입니다. 항상 문제가 되고 난다음 이슈화 되기도 하구요.
뭐든지 알아서 나쁜 것은 없습니다. 어찌 되었든 무려 20여년만에 전면 개편을 추진하는 만큼 올해 연말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관심이 주목되는 듯 합니다. (20년 만에 일좀 하는 걸로 생각해야 할까요?)
원래 이번 '외환법 재정방향 세미나'는 7월 5일 오후 2시 30분 수출입은행 6층 대강당에서 개최할 예정이며, 학계 및 연구기관과 시장참여자들의 현행 외국환거래법령의 전면 개편 필요성과 개편 방향에 대한 논의를 위한 자리를 마련한 것으로 보도가 되었었고, 알려진 것이기에 어찌되었든 관련 법안에 칼을 대어 수술하는 것은 기정 사실화 되는 듯 보입니다.
먼저 정부에서 신외환법 제정에서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사안은 아무래도 '자본거래 신고 의무 완화'에 관한 법률일 것입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해외로 송금하거나 다른 나라에 투자하려고 할 때 각종 신고를 의무화한 조항이 굉장히 복잡하고 예외의 사항들이 조합하며, 문제가 많은 사안이므로 더불어 외국환거래법으로 개편된 이후 규정을 조금씩 바뀌면서 '누더기 법률'로 변한 조문을 단순화하는 작업이 대폭 완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마찬가지로 송금 금액별 신고 기관이 다르점, 해외 투자 내용이 달라질 때마다 이를 신고하도록 하는 점, 등 업권별 외국환 업무의 범위 조정도 논의 대상입니다.
외국환은 통화가 다른 국가 간의 결제수단을 통칭하는 말로, 법정 통화 등의 지급수단과 증권, 파생상품, 채권 등이 외국환으로 규정되는데, 외국환거래법이 열거주의를 택해 그 밖의 결제수단은 제도 바깥에 놓여 있는 상황입니다. 현재 가상 화폐 등 새로운 결제 수단이 대거 등장하는 상황에서 이를 어떻게 제도권으로 편입해 관리할지 또한 논의 대상이며, 정부는 이러한 사안들에 대해 세미나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할 예정입니다.
또한 은행과 다르게 증권업 등은 고객을 대상으로 한 환전 및 송금 업무가 제한되어 있는데 업권별 형평성을 개선하기위해 핀테크 등 새로운 금융업이 속속 등장하는 요즘 금융 환경을 반영해야 한다는 못고리가 늘어남에 따라 은행에서만 외국환 관리를 해온 결과 증권사에서는 환전 및 송금 업무 등에 제한을 적정한 요건을 갖추고 제대로 된 관리가 가능한 곳에는 관련 업무를 허용해달라고 건의하고 있어 증권가의 환전 및 송금 업무 제한이 완화 될지 또한 관심 대상이 되겠습니다.
외환시장 운영 시간 연장과 해외 금융기관 참여 허용 추진
이 밖에 정부는 국내 외환시장 운영 시간을 연장하여 해외 금융기관의 국내 시장 참여를 허용하는 방안도 신외환법과 별도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최근 발표한 경제정책방향을 보면 1단계로 국내 외환시장의 운영 시간을 런던 시장의 마감 시간인 오전 2시(한국 기준)까지 연장하겠다고 밝혔는데, 이후 운영 시간을 단계적으로 늘려 24시간 운영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이것은 3분기 중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며, 일각에서는 외환시장의 개방 확대가 환율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는데 특히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넘어서면서 이런 우려가 커지고 있기도 합니다. 이와는 반대로 개방 초기 변동성이 커질 순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외환시장 거래자가 늘어 소수의 '큰손', '고래'에 의한 변동성이 작아질 것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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