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달러를 눈여겨보면 경제가 보인다. [1편]
앞서 공부한 여러 실패의 사례들과 금리와 채권 등을 배우며 우리는 무엇을 알게 되었는가? 채권을 안전하고 합리적이게 투자하는 방법? 그것도 맞는 말이지만, 가장 중요하게 보아야 할 것은 경제시장의 흐름의 예측이다. 글로벌 경제를 내다볼 줄 아는 사람에게 돈(화폐)은 들어온다.
내가 급급하게 쫓아갈 때는 멀어졌던 돈이라는 허상은 내가 돈에 대해 점점 관심을 가지고 알게 될수록, 우리는 돈의 걷잡을 수 없는 유동성에 더 조심하고 멀어지려 하지만, 돈에 대해 점점 알아갈수록 돈은 당신에게 반하여 마음을 열고 알아서 품으로 들어오게 된다. 사실 돈이란 실체가 없는 것이기에 마음을 연다는 표현은 맞지 않는 표현일지 모르겠으나, 많은 부자가 된 사람들을 마주하게 되면 그 뜻을 어림짐작할 수 있다.
글로벌 경제에서 돈의 흐름이 어느 정도 보였다면, 무엇을 중점적으로 보아야 하는가? 물론 지구상 모든 국가와 기관, 기업들을 다 이해하고 알면 좋겠지만, 그렇게 하는 것은 사실 참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모든 돈 들이 한 번쯤은 거쳐가는 돈의 중심이 되는 나라가 있다. 바로 미국 시장이다.
앞서 설명한 데로 '달러는 기축통화다.' 이것의 의미는 세계 최강국의 타이틀을 쥐고 있는 미국이라는 나라의 국방력이 강한 이유도 있겠으나, 전 세계적으로 미국의 달러로써 모든 글로벌 경제 활동의 근간이 되는 화폐가 바로 달러라는 것에도 그 의미를 찾아볼 수 있다. 달러를 찍어내는 곳 = 바로 미국이다.
달러가 '기축통화'가 된 과정
이런 미국의 달러가 기축통화가 되기까지도 일련의 역사가 있다. 미국의 달러는 처음부터 '기축통화'의 역할을 하였을까? 역사는 돌고 돌며 반복된다. 과거의 실패들을 학습하면 미래를 유추할 수 있는 통찰력이 길러질 수 있다.
인류의 아주 깊은 역사에서부터 금리라는 개념이 있다는 것은 지난 시간 글을 보면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인류에게 금리에 개념이 생기기 이전에는 '물물교환'이라는 활동을 통해 각 인류에 집단끼리 서로 모자라는 것을 교환하고 채워주는 용도가 되었다. 그러나 이런 물물교환은 번거로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고 인류는 금화라는 화폐를 만들어 이 개념을 대신하려 했다. 화폐 = 금리다. 금리 = 돈의 가치,이며 이런 돈의 가치 자체가 금리이다. 개념이 조금 복잡할 수 있지만, 이전 글들을 다 읽었다면 이 개념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으리라고 생각된다.
금리는 신용(보증)이 중요하다. 마찬가지로 화폐의 가치 또한 모두가 동의하고 인정할 만한 가치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각 국가에서는 화폐에 대한 보증을 해주는 '금화본위제'가 실시되었다. 쉽게 말해 금화 = 지금의 화폐라는 뜻이다. 나는 이것이 금은 안전자산이라는 고정관념의 시초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허나, 금화본위제의 가장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는데, 그것은 금화의 부피가 생각보다 매우 크며, 무겁다는 것이었다. 운반하기 매우 까다로웠으며, 시장에 유통시킬 수 없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금화본위제란?
국가에서 금화를 화폐로 대신하여 발행
이에 그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만든 제도가 바로 '금지금본위제'이다. 19~20세기 초까지는 영국이 세계를 제패하고 있을 때이다. 1816년 영국이 금본위제도를 처음 채택하면서 영국의 파운드화가 금을 대체하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자연적으로 영국의 파운드화의 가치 또한 위상이 드높았으며, 이시절 자연스럽게 기축통화의 역할을 하게 되었다. 이때에도 금은 안전자산의 한 축을 담당했다.
금지금본위제란?
중앙은행에서 금을 보유하고 오로지 대외 지불을 위한 목적으로 금화 대신 해당 금화의 가치와 동일시되는 화폐 또는 보조 화폐를 발행하는 일.
금의 공급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한정된 공급량에 맞춰 적절한 수요에 균형을 맞추었고, 이에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생길 때 금의 부족한 부분을 기축통화인 '파운드화'가 채워주고 있었다.
그러다 세계 1차 대전(1914~1918년)이 터지게 된다. 세계 1차 대전을 겪으면서 유럽은 전쟁으로 인해 수많은 돈과 자원을 써버렸고, 이에 영국의 힘이 빠지기 시작하며 세계적인 위상을 떨치던 영국의 영향력이 약해졌다. 이로 인해 영국의 파운드화도 그 힘이 빠지며 자연스레 기축통화의 역할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1930년 당시의 대공황(1927~1932년) 여파로 국제 통화 질서에 큰 위기가 찾아온다.
대공황의 여파로 인해 세계 무역과 외환 거래 규제가 확산되며, 각국의 환율이 점점 불안정 해지기 시작했다. 전쟁으로 인해 적절한 수요와 공급선을 맞춰주던 금의 소비가 늘어나며, 한정된 공급량에 금의 수요가 따라가질 못해 사용할 금의 양 또한 충분하지 못했다. 그런 글로벌 위기 속에서 또 한 번 전쟁이 발생한다.
바로 1939년에 벌어진 제2차 세계대전의 발발이다. 유럽은 또다시 전쟁을 치르게 되며, 막대한 자금과 자원을 소모했다. 이때 안 그래도 휘청이던 유럽과 파운드화가 그 힘을 다하며, 기축통화로써의 역할을 다하게 되는 시점이 되고 만다.
미국의 출현
이때 조용히 숨죽이며, 기회를 엿보고 있던 나라가 있었으니 바로 미국의 출현이다. 미국은 대서양부터 태평양까지 통합된 천혜의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물리적인 전쟁의 여파를 피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여러 다른 나라들에 전쟁 물자를 공급하면서 전쟁의 특혜를 톡톡히 볼 수 있었는데, 그렇게 몸을 보전하며, 안전하게 전쟁 자금을 통해 잘 불린 자금은 미국의 덩치를 점점 불리게 되며, 누군가의 위기를 자신들의 기회로 삼게 되었다.
거기다 천혜의 지리적 특성과 맞물려, 부족한 전쟁 자금들을 대주기 위해 여러 나라의 금이 미국으로 대량 유입되기 시작하며, 대량의 자금을 가지게 된 미국은 세계 최강의 경제 대국으로 발돋움하게 된다. 그렇게 제2차 세계대전의 막이 내려갈 무렵, 기회를 엿보고 있던 미국이 움직였다.
브레튼우즈 협정과 '페트로달러 시스템'의 도입
1944년 7월 미국의 주도하에 미국 뉴햄프셔 주의 브레튼우즈에서 44개의 연합국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어지러워진 국제통화질서를 규정하는 미국의 달콤한 유혹으로 협정을 체결하게 되는데, 바로 브레튼우즈 협정이며, 그 핵심 내용은 미국의 달러화를 축으로 한 '조정 가능한 고정환율제도(금 값 = 달러)'를 도입했다는 점이다. 이 같은 국제통화제도를 관장하는 기구로 국제통화기구(IMF)와 세계은행이 설립됐다. (이때 설립된 IMF기구가 훗날 우리나라의 외환위기 때 자본을 빌려주며 한국의 IMF 외환위기를 극복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했다.)
미국에서 베트남과의 전쟁(월남전 1955~1975)에 큰 비용을 쓰게 되면서 전쟁자금이 필요했던 미국이 달러 수요를 엄청나게 늘려버렸다. 한마디로 달러화폐를 엄청나게 찍어댄 것, 미국의 달러가 못 미더웠던 여러 국가들에서 기존의 1달러 = 금 35온스였던 가치가 1980년대까지 1000달러 넘게까지 치솟기도 하면서 달러를 찍어낼수록 금을 빚지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다른 나라에서 달러를 가져오면 금으로 언제든지 바꿔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에 금 보관양이 250억 달러에서 120억 달러로 절반 넘게 줄어들면서 영국과 같은 형태로 위태로운 모습으로 바뀌자. 위태로운 미국의 모습을 보게 된 다른 나라들이 너도나도 달러를 금으로 바꾸려 하는 사태까지 일어난다. 달러 공급량이 너무 많아지고 수요층이 점점 줄어든 것이다. 이에 미국의 금 보관량은 점점 더 줄어들게 된다.
미국과 베트남의 전쟁인 월남전의 여파로 엄청난 인플레이션과 오일쇼크 파동 등과 함께 1971년 미국의 당시 닉슨 대통령은 이에 위에 언급했던 '금태환 체제'가 미국의 성장에 방해가 된다고 판단하고 1971년 8월 달러를 가져와도 금으로 안 바꿔준다고 선언해버리며 미국 달러와의 금본위제가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된다.
주요 선진국 통화제도가 '변동환율제도'로 바뀌게 되면서 사실상 브레튼우즈 체제는 무너진 상태이다.
달러의 힘이 정말 무서워지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의 사안은 '페트로달러 시스템의 도입'일 것이다.
금본위제가 사실상 폐지됨에 따라 달러와 금의 안전자산으로써의 역할 가치의 거리감이 끊어져버리자. 미국은 '기축통화의 위치'를 지키기 위해 '페트로달러'(1974년 비공식적으로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등과의 여러 산유국과 비공식 계약을 통하여 달러로만 원유 거래를 하게 만든 시스템)을 도입하게 되는데, 주요 산유국에게 달러로 석유를 거래할 수 있게 설득하였고 이 페트로달러는 현재까지 유효한 거래를 이끌어가고 있다.
페트로달러란?
1974년 비공식적으로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등과 여러 산유국을 통한 비공식 계약을 통하여 달러로만 원유 거래를 하게 만든 시스템
이에 이 엄청난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을 잡기 위해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을 맞고 있던 폴 볼커는 금리를 20%까지 끌어올리며, 초 고금리 정책으로 인플레이션을 성공적으로 마치며 방어했다. 하지만, 금리를 올리며 달러의 가치가 너무 높아져 이번에는 무역에서 큰 적자를 본 게 된다.
스태그플레이션이란?
stagflation : 경제 불황과 함께 물가상승이 동시에 발생되는 상태
미국은 이런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1985년 우리가 앞서 공부했던 '플라자 합의'를 통해, 달러의 가치를 눌러버렸고 이 여파로 일본이 쇠락의 길을 걷게 되었다.
현재 미국은 7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달러를 '기축통화'로 유지하고 있다.
위에 상황들을 잘 정리해보면 결국은 미국에서 자신들의 화폐인 달러는 '기축통화'로써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경계와 노력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이런 미국의 노력으로 인해 달러가 '안전자산'의 위치에 있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기축통화'를 발행한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다. 기축통화의 필연적인 문제점이 한 가지 있기 때문인데, 위에서 언급했지만 "돈 = 화폐 = 금리(빚) = 돈의 가치"이다. 도대체가 이게 무슨 헛소리인가 싶겠지만, 한마디로 금리(빚) 그 자제가 돈의 가치가 되는 것이다. 이 얘기를 자꾸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기축통화'의 필연적 문제점을 보면 조금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금리는 돈 공부의 기초가 되는 것으로 보지 않았다면 보고 오는 것을 추천합니다.
기축통화국은 필연적으로 빚에서 절대로 벗어날 수 없는 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 이유는 미국(기축통화국)에겐 '기축통화' 그 자체가 최고의 수출품이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들은 각 나라의 화폐의 가치로 달러를 보유하거나 수, 출입 등의 활동으로 외화(달러)등을 벌어들 일수 있다. 하지만 미국은 다른 나라에 달러를 팔아 필요한 자원을 사 오는 셈이다.
그러니 절대로 수출이 수입을 넘어설 수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를 '트리핀 딜레마(Triffin dilemma)'라고 하는데, 기축통화인 달러가 국제 경제에 원활하게 쓰이기 위해 풀리면 준비 통화 발행국인 미국의 무역 적자가 늘어나고, 반대로 미국이 무역 흑자를 보면 달러가 덜 풀려 국제 경제가 원활해지지 못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로써 기축통화국은 그 막강한 화폐의 가치력과는 반대로 절대 무역흑자와 서로 양립할 수 없는 양날의 검과 같다. 기축통화국의 부채는 지속해서 오를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기축통화국을 아무 곳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이걸 7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유지한 것은 사실 그만큼 미국의 간사한(?) 꾀를 썼던 것도 있겠지만 그만큼 그것을 받쳐주는 국가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며, 한번 맛본 달콤한 '기축통화의 맛'을 어떻게든 지속 유지할 것을 지나간 역사를 통해보면 알 수 있기 때문에 적어도 당분간은 달러가 안전자산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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