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의 러시아 경제제재
현재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26일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가 빠지는 게 확실해졌습니다. 돌아가는 형국이 재미있어 졌네요. BBC 등 여러 매체들을 통해 현재 러시아가 이날 기한이 도달하는 채권이자 1억 달러(약 1300억원)를 공식적으로는 납입하지 못하게 되면서 1998년 이래 처음 디폴트를 맞은 처지가 되었다며 보도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관계를 명확히 해야하는 기사 보도에서 정확한 내용 전달없이 참 재미있게 써둔 기사들도 많이 보이네요.
현재 러시아 루블화 가치는 2015년 5월 이후 약 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이것은 사실 미국과 유럽 등의 서방에서 러시아가 우크라를 침공한대에 대한 경제제재를 가했지만, 러시아는 현재 세계 최대 가스 수출국이자 두 번째로 큰 석유 수출국으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외화 표시 국채 원리금을 루블화로 상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하고 루블화를 통한 거래만 하겠다고 선언한 상태입니다. (뻔뻔한 푸틴 놈)
현재 루블화 가치가 급등한 것은 러시아가 에너지 수출을 통해 기록적인 경상수지 흑자를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중국과 인도에서 서방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산 에너지 수출을 역대급으로 강행하며, 러시아는 돈을 벌고 중국과 인도는 급등한 에너지 자원을 러시아산 에너지 자원을 싸게 사두고있습니다.
사실상 서방의 러시아 경제재제는 실패 했다고 봐야합니다. 현재 인도와 중국을 통해 잠시 막혔던 러시아의 돈줄이 거세게 불어나면서 서방의 경제제재가 예상보다 효과가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었고 4월부터는 루블화 가치가 급등하기 시작한 것이죠. 올해 전체로 보면 무려 약 35% 이상 폭등한 상태입니다.
러시아 디폴트? 사실은 미국의 계획된 경제제재의 일환
이렇게 역대급으로 돈을 퍼담고 있는 러시아가 갑자기 디폴트?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하니, 러시아는 지난 3월 16일로 이자 지급 만기가 돌아온 달러 표기 국채의 이자 1억 1,720만 달러를 씨티은행을 통해 정상적으로 지불했습니다. 당시 씨티은행은 미 재무부로부터 동결된 러시아 외환보유고의 사용을 허락받은 것으로 전해졌고 미 재무부가 자국민의 러시아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5월 25일까지 한시적으로 제재 유예조치를 도입할 때까진 문제가 없었죠.
그러나, 19일 뒤 4월 4일 만기의 유로본드 원리금 및 이자 지급에 대해서 러시아 제재 유예기간임에도 불구하고 미 재무부가 러시아 외환보유고의 사용을 허락하지 않게 되면서 일어났습니다. (역시 미국..무섭네요) 러시아 재무부는 사실상 지불했으니 난 몰라하고 25일을 버티다 씨티은행 런던지점에 직접 달러를 송금해 문제를 해결하기도 했습니다. 그 와중에 댕청하게도 25일치 지연 이자를 빠뜨린 것이죠.
이렇게 러시아는 해당 채권이자를 갚을 수 있는 자금을 갖고 있으나 서방의 제재로 인해 국제 채권자가 그 돈을 수령하지 못하게 되면서 '채무불이행'을 감수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이 이런 정황을 "웃기는 일"이라고 반발해 보았지만 씨알도 안 먹혔습니다. 결국 러시아는 이제 우크라이나 공격한데 대한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제재 발동 이래 첫 강제 디폴트를 맞게 되었습니다.
현재 러시아는 급하게 유로본드의 이자를 뒤늦게 지불하면서 '지연 이자'를 책임지겠다고 하고 있지만, 담당 위원회는 일단 '미지불'이 맞다고 판단했고 러시아를 디폴트로 몰아넣으려는 미국의 잘 짜둔 함정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그러게 이자도 똑바로 갚았어야지^^)
이자야 갚으면 그만이겠지만, 문제는 지난달 27일까지 러시아가 지불해야 했던 유로본드 이자 1억 달러(약 1,265억 원)입니다. 지난 4월 4일과 똑같은 일이 미 금융기관에서 벌어졌고, 한달간의 그 디폴트 유예 기간이 오늘 26일에 끝난 것입니다. 사실상 러시아는 강제 디폴트를 맞게 되었습니다.
지난 4월 러시아로부터 외화를 송금받아 투자자 지불을 대행했던 씨티은행 런던지점은 이미 2023년, 2028년, 2042년, 2043년 만기의 러시아 유로본드에 대한 중개(대리) 기능을 지난달 24일부터 중단한다고 발표한 상태다. 미 재무부가 5월 25일까지 한시적으로 도입한 제재 유예 기간을 더 이상 연장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푸틴은 이로써 104년 만인 러시아의 디폴트를 회피하려고 애를 써봤지만 끝내 채무불이행 사태를 맞아 국가의 경제적 위신과 신용에 타격을 입을 전망입니다. 그러나 미국 또한 양날의 검일 수 있는 방법을 써버렸죠? 미국 또한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을지 모를 일입니다. 다만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러시아 정부를 그렇게 좋게 보는 시선이 별로 없기도 하니... 미국이 이번에는 머리를 잘 굴린 것 같기도 합니다. 미국이야 예전부터 자국을 위한 행동이라면 서슴없이 시행하는 무서운 곳이죠
러시아는 이자에 대한 지불만 함께 했어도 이런 치욕을 당하지 않았을탠데 이번 러시아 '디폴트'사건은 참 재미있게 흘러갔네요. 러시아 채무 가운데 400억 달러는 달러와 유로 옵쇼어 채권이며 그중 절반은 외국에서 갖고 있습니다. 이번 1억 달러 채권이자는 5월27일 시한에 달했고 러시아는 이자 상당액을 러시아 채권 투자자에 송금하는 유로클리어 결제은행에 보냈으나 자금은 유예기간인 6월26일까지 이체되지 않고 그대로 묶여있는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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